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버추얼 아이돌 그룹 ‘레볼루션 하트’의 쇼케이스 ‘REVOLUTION HEART 1ST SHOWCASE: TRIGGER (혁명의 시작)’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카론 유니버스 제공
“꺄아악, 어떡해! 빨리 들어가자, 빨리!”
지난달 29일 오후 1시 반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 “‘레볼루션 하트’ 쇼케이스 입장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목소리와 함께 600여 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극장 입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데뷔한 4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레볼루션 하트의 팬들. 서둘러 극장 안으로 들어간 팬들은 멤버 모습이 띄워진 스크린을 배경으로 응원봉을 높이 들어 인증샷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쇼케이스 시작 후 멤버들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 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멤버 제미니가 “사랑해용”이라며 애교를 부리자 “너무 귀여워!”라고 소리를 지르는 팬도 있었다. 데뷔 1주년 기념 팬송 ‘슈퍼 스타’가 나오자 팬들은 후렴구를 ‘떼창’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레볼루션 하트의 첫 번째 쇼케이스가 열린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 608개 좌석이 모두 꽉 찼다. 카론 유니버스 제공
지난달 29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4인조 버추얼 남성 아이돌 그룹 레볼루션 하트가 싱글 ‘트리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뉴, 제미니, 잭, 류. 카론 유니버스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레볼루션 하트 쇼케이스. 새 디지털 싱글 소개에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여느 쇼케이스와 다르지 않은 팬들의 열기였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날 쇼케이스에는 실제 인간이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레볼루션 하트는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로, 한 시간 내내 극장 스크린으로 팬들을 만났다. 첫 디지털 싱글 ‘트리거’ 발매를 앞두고 열린 첫 번째 쇼케이스에 팬들 천여 명이 몰렸다. CGV에 따르면 이날 쇼케이스가 열린 CGV 왕십리, CGV 용산아이파크몰, CGV 영등포 세 개 극장 1103석 전석이 예매 3분 만에 매진됐다.
4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 레볼루션 하트. 카론 유니버스 제공
가상 인물을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이 1020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로지’나 ‘수아’ ‘한유아’ 처럼 외모는 물론 목소리, 움직임, 대화 내용까지 AI가 만들어낸 ‘가상 인간’과는 다르다. 버추얼 아이돌은 아바타를 연기하는 실제 인물이 숨어있다. 목소리는 실제 인간이 내고, 얼굴 표정과 몸동작은 신체 움직임을 감지해 가상현실(VR) 영상에 반영하는 ‘트래킹’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데뷔한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패러블 엔터테인먼트 제공
버추얼 아이돌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은 지난해 8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의 게임 크리에이터 ‘우왁굳’이 가상세계 속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여섯 멤버로 만든 이세돌은 지난해 12월 데뷔곡 ‘RE:WIND(리와인드)’로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도 실제 걸그룹 멤버들이 아바타로 오디션에 참가하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를 28일 선보일 예정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강점은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이다. 보통 아이돌은 소속사가 정해준 시간에만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방송출연, 콘서트 등 일정이 많아 소통에 한계가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물리적 공간에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고, 온라인 생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를 겸하는 경우도 많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쇼케이스에서 만난 정세민 씨(19·여)는 “레볼루션 하트는 매일 라이브 방송을 하고 팬들의 채팅을 일일이 다 읽어준다. 1~2주에 한 번씩 라이브 방송을 하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모 씨(23·여)는 “원래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였는데 몇 년 전부터 브이앱(실시간 소통 플랫폼)을 켜는 빈도도 불규칙적이고 예능도 거의 안나오기 시작했다. 일대일 대화를 하며 ‘내 손 안의 아이돌’ 느낌을 주는 레볼루션 하트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불쾌한 골짜기’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 인간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이목구비와 표정, 뒷통수의 전자회로들이 섬뜻하게 느껴진다. 핸슨 로보틱스 제공
실제 인간이 아바타의 뒤에 있을 경우 ‘불쾌한 골짜기’를 줄여준다는 강점도 있다. 불쾌한 골짜기란 아예 인간과 다르거나 똑같은 가상인간에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지만, 그 중간 단계의 어설픈 가상 인간을 봤을 때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인간이 대화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것.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버추얼 아이돌은 완벽한 가짜가 아닌, 어느 정도 인간의 모습을 갖춘 존재라 친근감을 준다”며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상 인간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색한 AI를 접했을 때의 불쾌감을 줄여줄 수 있는 과도기적 존재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020세대는 아바타 뒤의 인간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기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레볼루션 하트가 소속된 카론유니버스의 신예지 대표는 “버추얼 아이돌은 명확한 성격과 독특한 능력 등을 각 멤버에게 부여한 세계관을 만들 수 있어 그 세계관에 온전히 빠지는 1020세대 팬들이 많다”며 “캐릭터를 활용한 웹툰, 웹소설 등 팬들이 2차 저작물도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원문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1101/116256567/1
“꺄아악, 어떡해! 빨리 들어가자, 빨리!”
지난달 29일 오후 1시 반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 “‘레볼루션 하트’ 쇼케이스 입장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목소리와 함께 600여 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극장 입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데뷔한 4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레볼루션 하트의 팬들. 서둘러 극장 안으로 들어간 팬들은 멤버 모습이 띄워진 스크린을 배경으로 응원봉을 높이 들어 인증샷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쇼케이스 시작 후 멤버들의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업 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멤버 제미니가 “사랑해용”이라며 애교를 부리자 “너무 귀여워!”라고 소리를 지르는 팬도 있었다. 데뷔 1주년 기념 팬송 ‘슈퍼 스타’가 나오자 팬들은 후렴구를 ‘떼창’하기도 했다.
여느 쇼케이스와 다르지 않은 팬들의 열기였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날 쇼케이스에는 실제 인간이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레볼루션 하트는 가상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로, 한 시간 내내 극장 스크린으로 팬들을 만났다. 첫 디지털 싱글 ‘트리거’ 발매를 앞두고 열린 첫 번째 쇼케이스에 팬들 천여 명이 몰렸다. CGV에 따르면 이날 쇼케이스가 열린 CGV 왕십리, CGV 용산아이파크몰, CGV 영등포 세 개 극장 1103석 전석이 예매 3분 만에 매진됐다.
가상 인물을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이 1020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로지’나 ‘수아’ ‘한유아’ 처럼 외모는 물론 목소리, 움직임, 대화 내용까지 AI가 만들어낸 ‘가상 인간’과는 다르다. 버추얼 아이돌은 아바타를 연기하는 실제 인물이 숨어있다. 목소리는 실제 인간이 내고, 얼굴 표정과 몸동작은 신체 움직임을 감지해 가상현실(VR) 영상에 반영하는 ‘트래킹’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은 지난해 8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의 게임 크리에이터 ‘우왁굳’이 가상세계 속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여섯 멤버로 만든 이세돌은 지난해 12월 데뷔곡 ‘RE:WIND(리와인드)’로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도 실제 걸그룹 멤버들이 아바타로 오디션에 참가하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를 28일 선보일 예정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강점은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이다. 보통 아이돌은 소속사가 정해준 시간에만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방송출연, 콘서트 등 일정이 많아 소통에 한계가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물리적 공간에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고, 온라인 생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를 겸하는 경우도 많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쇼케이스에서 만난 정세민 씨(19·여)는 “레볼루션 하트는 매일 라이브 방송을 하고 팬들의 채팅을 일일이 다 읽어준다. 1~2주에 한 번씩 라이브 방송을 하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모 씨(23·여)는 “원래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였는데 몇 년 전부터 브이앱(실시간 소통 플랫폼)을 켜는 빈도도 불규칙적이고 예능도 거의 안나오기 시작했다. 일대일 대화를 하며 ‘내 손 안의 아이돌’ 느낌을 주는 레볼루션 하트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실제 인간이 아바타의 뒤에 있을 경우 ‘불쾌한 골짜기’를 줄여준다는 강점도 있다. 불쾌한 골짜기란 아예 인간과 다르거나 똑같은 가상인간에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지만, 그 중간 단계의 어설픈 가상 인간을 봤을 때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인간이 대화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것.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버추얼 아이돌은 완벽한 가짜가 아닌, 어느 정도 인간의 모습을 갖춘 존재라 친근감을 준다”며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상 인간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색한 AI를 접했을 때의 불쾌감을 줄여줄 수 있는 과도기적 존재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020세대는 아바타 뒤의 인간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기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레볼루션 하트가 소속된 카론유니버스의 신예지 대표는 “버추얼 아이돌은 명확한 성격과 독특한 능력 등을 각 멤버에게 부여한 세계관을 만들 수 있어 그 세계관에 온전히 빠지는 1020세대 팬들이 많다”며 “캐릭터를 활용한 웹툰, 웹소설 등 팬들이 2차 저작물도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